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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020~

[스포]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2022) 감상평 - Long live Tom Cruise!!

by 손거북이 2023. 3. 1.

탑건:매버릭 공식포스터

감독 : 조셉 코신스키

주연 : 톰 크루즈, 마일스 텔러

등급 : 12세

러닝타임 : 131분

장르 : 액션, 드라마

 

시간으로 완성된 위대한 영화.

<탑 건>의 후속 편 제작은 꽤 오랜 시간동안 톰 크루즈 본인의 의지로 고사되었는데, 이유는 본편 초기 제작에 다소 개입된 의도처럼 영화가 국군의 선전용으로나, 정치적으로 변질될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납득할 만한 시나리오를 받기 전까지는 후속 작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18년부터 <탑 건:매버릭>에 참여했고, 2020년 개봉을 앞두었으나 팬데믹의 여파로 개봉을 연기한다. 그 기간동안 스트리밍 공개 제안도 적잖이 받았으나 완강히 거부했고 그로부터 23개월을 더 기다린 끝에 드디어 스크린에 상영된다.

그리고 그 가치를 넘치도록 증명한다.
이 영화는 반드시 스크린에서 상영되어야 했다는 것을.



<탑 건:매버릭>은 창공을 질주하는 호쾌한 액션과 체험적으로 완벽한 오락성을 선사하면서도 그것을 위해 서사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86년작 <탑 건>을 잠깐 살펴보자면 재능 넘치는 주인공이 승승장구하다가 시련을 겪고 끝내 이겨내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여주인공과의 로맨스, 전우의 죽음은 화려한 공중전투 클라이맥스를 위한 발판으로 기능할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는 어렵다. 결국 마지막 승리조차 순수 '독불장군 매버릭 '의 능력에 의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탑 건:매버릭>은 전작과 유사한 장면들을 오마쥬 하면서도 그 안에 시간을 부여하여 하나하나 그 의미를 아로새긴다.

펍에서의 즐거운 한때가 전작에선 미국 젊은이들의 청춘과 에너지, 낭만을 묘사함에 그쳤다면 <탑 건:매버릭>에서는 그 중심에 있던 매버릭을 퇴장 시키고 밖에서 안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숙명적인 세대교체의 아련함을 전한다. 또한 드럼 잘 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아버지처럼 흥겹게 피아노를 치는 전우의 아들을 보며 느끼는 매버릭 개인의 복잡한 감정을 심층적으로 전달한다.
청춘 잡지 광고 촬영 같던 비치 발리볼 씬도 전작과는 달리 아름다운 몸매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개인 능력주의적이었던 매버릭이 팀워크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대조적으로 인물의 성장을 내포한다.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룸에 있어서도 한층 더 깊이 있는 진전이 있는데, 이제는 아버지 세대가 된 매버릭이 아들과도 같은 루스터를 구해내고 여느 영화 속 클리셰처럼 그대로 희생되도록 놔두지 않는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루스터가 자신과 같은 방식을 행동하여 그를 구해내면서 서로를 이해할 여지가 생기고, 이후 귀환을 위한 그들의 협동은 매버릭과 루스터의 각자 구스에 대한 트라우마 극복이자 양자간 갈등 해소의 과정으로 작용하면서 마치 이전 세대와 현 세대와의 화합과 이해를 상징하듯 다가와 깊은 감동을 준다.

페니(제니퍼 코넬리)와의 로맨스도 전작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탑 건>의 찰리와는 달리 단순 조력자의 역할을 넘어서 항해를 통해 그녀만의 세계가 있음을 암시하고, 자신이 쉽게 다가오고 쉽게 떠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피력한다. 또한 그녀는 매버릭의 생환을 두 손 모아 기다리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같은 시각 나름의 항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되려 기다리게 되는 것은 매버릭 쪽. 그녀는 자신이 매버릭의 주변인으로만 남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만난 그들은 극 중에서 등장한 기체 중 가장 구닥다리인 P-51을 타고 함께 날아오른다.
이런 영화의 결말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듯, 아주 낭만적으로.

영화는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매버릭을 통해 마치 인간의 노쇠함이 곧 쓸모없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격렬히 호소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이미 타계한 토니 스콧과 실제로 후두암을 투병 중인 발 킬머의 존재를 부각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이렇듯 영화는 (종반 귀환 시퀀스를 제하면)전작의 플롯을 빼다 박아 놓으면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세월을 녹여내어 울림을 만들고 더불어 필연적으로 떠나갈, 혹은 이미 떠나간 세대들에 진심 어린 헌사를 전한다.

 

 

흥미롭게도 톰 크루즈의 첫 바이크 면허 취득은 1986년 <탑 건>의 바이크 씬을 찍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그 이후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헐리우드 아날로그 액션 최전방에서 활약해 온 그의 이력을 상기하면서 다시금 <탑 건:매버릭>의 오토바이 씬을 회상하면 같은 자리에서 오래도록 변치 않고 있어주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는 지, 글로 설명하기엔 무척이나 어렵다.
전작 <탑 건>에 특별한 추억이 없는 나조차도 순간순간 울컥할 만큼. 이건 어느덧 예순을 넘긴 톰 크루즈의 주름진 얼굴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탓도 있겠지.
그래서 <탑 건:매버릭>은 톰 크루즈 모터 액션의 집대성이자 그의 <홀리 모터스>다.

극 중 상관의 대사처럼 언젠가는 파일럿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픽 기술은 인간 날 것의 운동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 질 것이고 현재의 영상 포맷조차 구닥다리 취급을 받을 정도로 아득히 발전된 첨단 기술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발명될 것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아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장총을 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그가 아주 오래도록 말해 주길 바란다.
오늘은 아니라고.

 

 

한줄평 : Long live Tom Cruise!!

 

내 별점 : 8 / 10

IMDb : 8.3 / 10

탑건: 매버릭 (2022)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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