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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계 이야기

쿠엔틴 타란티노의 10번째 장편 영화에 관하여

by 손거북이 2023. 3. 18.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신의 10번째 장편 영화 제작에 돌입했다.

<저수지의 개들> 로 데뷔한 이래 <펄프 픽션>, <킬 빌>, <바스터즈> 등 거의 모든 작품을 통해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영화광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신의 10번째 장편 영화 제작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10번째 작품이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 이유는 그가 10편의 영화를 끝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언급해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60살이 되기 전에 은퇴하겠다' 는 발언을 한 적도 있는데, 그는 1963년생으로 올해 60살이 되었습니다.

평소 고집스러운 그의 성격으로 짐작하건데, 정말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의 차기 작에 대한 기대보다도 예정된 은퇴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의 10번째 작품은 어떤 영화일까?

예전부터 그의 10번째 작품에 관하여 상당히 많은 추측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펄프 픽션 2>, <킬 빌 3> 같은 추측이 물망에 올랐었죠.

 

현재 공개된 그의 차기 작은 1970년대 LA를 배경으로 '폴린 케일' 이라는 영화 평론가의 이야기입니다.

이전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에 기반을 둔 대체 역사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제는 <The Movie Critic>. 누구보다도 영화를 사랑하는 그 답게 마지막 작품으로 영화에 관한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가장 최근 작품인 2019년에 개봉했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도 같은 맥락이었죠. 

 

다시 한 번 여성 주인공의 서사를 준비한 점도 눈에 띕니다.

그는 이전에 <재키 브라운>, <킬 빌>, <데스 프루프> 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을 여러 번 묘사 해왔는데, 그가 그리는 여성 영화 평론가는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가질 않네요. 

그의 작품들은 천진난만한 폭력과 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이미지로 대표되곤 하지만 반대로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도 가지고 있기에 그가 그리는 여성 캐릭터는 항상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다가올 영화에서는 어떤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폴린 케일은 누구?

타란티노는 대체로 영화 평론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평론가들은 주로 그의 작품 속 폭력과 잔인함, 선정성을 지적하며 그것이 대중들에게 미칠 영향 따위를 언급하고 집요하게 공격해왔죠. 그때마다 타란티노는 '영화는 영화일 뿐' 이라며 대꾸했지만 그저 가십 거리를 노리는 반복된 인터뷰에 넌덜머리가 난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존경한다고 언급한 평론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폴린 케일입니다.

폴린 케일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 중 한 명으로, 1960년대 중반부터 1991년 은퇴하기까지 다양한 집필 활동을 했습니다. 은퇴 이후 2001년에 사망하기 전까지 90년대 영화에 관하여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고, 특히 타란티노의 1994년 작품인 <펄프 픽션>에 관하여 '미친 유머감각을 가진 작품' 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1968년, 케일은 The New Yorker 에서 영화 평론가로 일할 기회를 제안 받았으며, 그곳에서 1979년까지 일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케일은 영화 산업과 재능 있는 영화제작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뛰어난 업적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비판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냉혹한지에 관한 소문도 이때부터 생겨났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케일은 직원들과 무수한 충돌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봤을 때, 케일은 마지막 타란티노 영화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inema Speculation

케일은 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기를 쓸 생각이 있느냐' 고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자신이 쓴 모든 영화 리뷰에 자신의 전기를 쓴 셈' 이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습니다. 타란티노에겐 그것이 바로 그가 집필한 책 'Cinema Speculation' 입니다.

이 책은 70년대의 다양한 영화에 대한 주석이지만, 반 쯤은 자전적인 면도 있습니다.

 

타란티노와 케일의 가장 큰 접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타란티노는 영화광 답게 오랜 시간동안 다른 영화 이야기를 언급하며 나름의 리스트를 작성하곤 했는데요. (잘 알려진 바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을 극찬한 적이 있죠) 본업인 감독 뿐만 아니라 사실상 비평가로서도 활동해 온 셈입니다. 

 

종합적으로 <The Movie Critic>이 70년대, 로스앤젤레스,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타란티노 자신을 폴린 케일에 투영하여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지 않을까 하고 예상해 봅니다. 

 

 

물론 이것은 지금까지 공개된 사실을 토대로 쓴 추측일 뿐이며, 실제 제작 과정에서 여러 부분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그의 새 영화는 올 가을부터 촬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screenra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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