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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9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All we imagine as light)(2024) 파얄 카파디아 감독 및 각본.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도 영화로는 30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은 세대가 다른 세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프라바, 아누, 파르바티는 각각 중년, 청년, 장년 계층의 인도 여성을 대표하며 그들 각자의 애환을 통해 현대 인도의 사회, 문화, 노동 계층의 세태를 섬세히 포착한다.프라바는 아버지의 강요로 얼굴도 알지 못하는 남성과 결혼했다. 남편은 독일로 떠난 뒤 소식이 없고, 그녀는 같은 병원의 의사로부터 애정을 받지만 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이혼녀도 미망인도 아닌, ‘기혼자’라는 정체성이 그녀를 과거에 묶어둔다. 그녀는 감정의 틈을 일상 속에서 드러내지 않는다. 번잡한 대도시의 간호사인 그녀는 감상에 빠.. 2025. 5. 12.
나미비아의 사막 (Desert of Namibia)(2024) 1. 오아시스카나의 중국계 일본인이라는 설정은 이민자 3세대의 정체성 균열보다는 관계적 고립을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는 ‘문화적 혼종성’을 주제로 삼는 디아스포라 서사가 아닌, 진실한 관계의 결핍이 빚어낸 고독한 도시인의 초상이다. 오프닝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자살한 동창, 보이스 오버로 전달되는 사회상, 에스테틱의 19세 신입 등의 영화 속 주변 요소들은 희망 없이 반복되는 일상과 최소한의 생존 의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감각이 반영된 집단적 우울의 표상과도 같다. 여기서 카나는 이방인이라는 태생과는 별개로 자국 내에서 고립된 자 ㅡ 가족, 미래, 믿을만한 공동체도 없이 떠도는 현대 일본 사포리 세대의 비극적 전형 안에서, 어떤 단어로도 규정짓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다. 그 캐릭터성은 태생적으로 특별.. 2025. 5. 11.
3-4x10月 기타노 다케시의 2번째 장편 연출작포스터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와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는 롱테이크, 무심한 점프컷, 하드보일드한 감정 묘사가 인상적이다.3-4x10月 은 야구 스코어의 3-4에 10월 개봉을 염두에 둔 제목이지만 내 멋대로 다시 붙여보자면 月을 빼고 이닝을 넣고 싶다. 3:4 스코어로 이미 승부가 결정된 게임에서 있을 수 없는 10번째 이닝. 주인공 마사키(야나기 유레이)의 시점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이 엉뚱한 촌극은 마치 세상에 없는 "10번째 이닝"의 영화화 같다.영제는 "Boiling point". 끓는 점을 뜻하는 이 단어는 규범적인 사회와 집단 속에서 내면으로만 들끓는 마사키의 야만적인 남성성을 염두에 둔 듯하다. 처음 야구 경기 장면에서 그는 동료들이 그가 누군지도 모를 .. 2025. 5. 7.
원스 (Once)(2007) 감상평 - 음악으로 전하는 진심 감독 : 존 카니 각본 : 존 카니 주연 : 글랜 한사드, 마르케타 이글로바 등급 :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 86분 장르 : 드라마, 음악, 로맨스 평소 즐겨보던 이동진님의 파이아키아 유튜브 채널에 내가 좋아하는 침펄 조합이 출연한 영상을 봤다. 중간에 짤막하게 각자의 인생 영화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주펄님이 인생 영화로 를 꼽았다. 역시 영잘알 주펄님. 이어서 이동진 평론가는 에 대해 '음악과 영화가 서로를 장악하려 하지 않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 이라 덧붙였는데, 이 작품에 더없이 정확한 평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개봉 공식 포스터에도 기재된 한줄평도 마찬가지이고. 2007년에 를 만나고 한동안은 그 OST 에 빠져 살만큼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그 당시 느꼈던 아련하고.. 2023. 3. 26.
한국 영화 위기론과 티켓 가격 요즘 들어 부쩍 한국 극장 업계의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빈번히 들려옵니다. 그에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공유하고 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취재후] 가격 내려라? 볼 게 없다?…댓글 7천여 개 달린 ‘한국영화 위기론’ 속사정 (naver.com) 요약하자면 관객과 영화계 관계자의 입장은 티켓 값이 너무 비싸다, 조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반면 극장 업계는 가격 인하보다는 특별관 등에 투자를 늘려 유인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기존의 대중 친화적 전략보다는 클래식이나 뮤지컬 공연처럼 고급화 전략을 취하겠다는 뜻인데, 적어도 당장은 가격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겠죠. 오히려 티켓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일례로 엔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국내에서 가장.. 2023.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