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8 250404 #2 그러니까 그 그림이란 것이 대체 뭐길래.그리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던 걸까? 라스 폰 트리에는 미치지 않기 위해, 자살하지 않기 위해 영화를 찍었다. 정신 병동을 자주 오가던 그가 , , , 그리고 이것들 이전에 을 찍었던 것은 단순한 창작 욕구 이전의 생존 투쟁이었다. 고흐의 목표는 간단했다. "빈 캔버스보다 자신의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가 더 가치있길 바라는 것" 그것이 그가 원한 전부였다. 조금 더 바란 것이 있다면 그 여분의 가치로 자신의 밥벌이, 재료값 벌이 정도는 할 수 있길 바라는 소박한 소망이었다. 욕심이라 부르기엔 터무니없이 소박하다. 당대의, 그리고 전대의 위대한 미술가들을 동경하고 본받으면서도 그가 정진하던 방향은 그들의 발자취가 아니라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마치 갓 눈이 내려와 .. 2025. 4. 4. 250404 무엇이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는 가난과 고독 속에서 수백점의 그림을 남겼다. 춥고 배고프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멸시를 받아도 꿋꿋이 그려나갔다. 물감과 캔버스를 살 돈이 없을 때면 유화 대신 데생을 하고 스케치에 집중했다. 그 저력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삶에 커다란 낙오감을 느낄 때, 당장의 경제적 보상을 확신할 수 없는 무언가에 미칠 듯이 몰두하는 그 감정은 이성과 거리가 멀다. 그는 수백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그리고 자신의 그림이 팔아 완전히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생애 고작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다. 그가 현명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붓 대신 농기구를 들었을 것이다. 그가 줄곧 그려 온 그의 모델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붓을 들었다. 그 .. 2025. 4. 4. 250325 그... 오랜만이다.그래도 다시 글을 쓴다.고전철학의 시작? 다 읽었다. 인덱스 이상의 가치는 없다만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화와 개별 철학의 대략적인 청사진을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아주 기특한 책이다. 요점만 적당히 외워도 어디가서 젠체하기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간은 너무 유치하지. 이건 올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이자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내일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깊게 들여다 볼 몇몇 이론을 정해볼 생각이다. 즐겁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 아니 그전에 분명히 있었다. 그림이라든지 기타라든지 영화라든지. 어쩌면 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하고 정보를 탐색하던 날들도 공부의 일부였다. .. 2025. 3. 25. 250319 또다시 새벽이다. 수면이 지연되고 있다.러닝을 안해서 그런가? 1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낮잠도 안잤는데.호밀밭의 파수꾼을 다 읽었다. 콜필드? 매력적이다. 염세적이면서 순수하고 툭 하면 깨질듯 위태롭고 연약한. 후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 어릴 때 만났다면 콜필드도 나의 큰 부분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어릴 때라고 하기도 뭐하다. 적어도 20대 후반까진 비슷한 삶을 살았다. 나는 참 느리다. 새삼 깨닫는다. 콜필드는 기껏해야 10대 후반이지만 나는 20대후반, 30대 초반까지 그랬다. 아니지, 20~30대의 콜필드가 어떤지 나는 모르니 내가 꼭 그보다 못하다고 볼 순 없다. 정말 그렇다. 이 말투 재밌다. 스스로 확신하는 말투.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과 털어놓지 않고서는 버틸 수.. 2025. 3. 19. Dialog #2 니체는 "중요한 것은 영원한 삶이 아니라 영원한 생동감이다" 라고 말했습니다.신애씨가 지금 당장 죽어도 미련이 없을 것 같다는 말은 일상에서 생동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우린 때로 너무 많은 시간을 무의식 속에서 살아갑니다.밥을 먹을 때 음식을 씹는 행위, 코로 숨을 들이쉬는 행위, 걸을 때 보폭을 재는 행위, 운전할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행위 등. 온갖 사무를 제외하고도 우리의 행동에 의식이 관여하는 일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대부분의 의식은 나의 행동이 되지 못하고 머리 속에서만 머물러 있다가 휘발됩니다. 내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잠들어야 할 시간이 오면 불청객처럼 아쉬움이 밀려오고 다음 날 아침은 무기력과 함께 일어납니다. 이런 삶은 영원해봤자 가치가 없습니다.하루 중 .. 2025. 3. 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