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새벽이다. 수면이 지연되고 있다.
러닝을 안해서 그런가? 1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낮잠도 안잤는데.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 읽었다. 콜필드? 매력적이다. 염세적이면서 순수하고 툭 하면 깨질듯 위태롭고 연약한. 후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 어릴 때 만났다면 콜필드도 나의 큰 부분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어릴 때라고 하기도 뭐하다. 적어도 20대 후반까진 비슷한 삶을 살았다. 나는 참 느리다. 새삼 깨닫는다. 콜필드는 기껏해야 10대 후반이지만 나는 20대후반, 30대 초반까지 그랬다. 아니지, 20~30대의 콜필드가 어떤지 나는 모르니 내가 꼭 그보다 못하다고 볼 순 없다. 정말 그렇다. 이 말투 재밌다. 스스로 확신하는 말투.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과 털어놓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던 마음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구성도 참 재밌다. 순수한 회고와 인정욕구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다. 샐린저의 자전적 이야기일 것은 불보듯 뻔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은 희망이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내 마음의 유일한 순수이자 단 하나의 선이다. 그 외 모든 것들에 염증이 난다. 아이처럼 착하고 순수한 여성과 함께 세상을 향한 눈과 귀를 닫고 숲 근처에서 유유자적하고 싶은 이상한 갈망은 그에겐 당연한 귀결이다. 파수꾼은.. 호밀밭을 노닐던 시절을 기억할까. 그리워하지 않나? 애틋한가? 그 밭 안에서 같이 뒹굴던 시절이 있던가? 이제는 그저 파수꾼의 위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혹여라도 누군가 떨어지지 않게.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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