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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50325

by 손지인 2025. 3. 25.

그... 오랜만이다.
그래도 다시 글을 쓴다.

고전철학의 시작? 다 읽었다. 인덱스 이상의 가치는 없다만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화와 개별 철학의 대략적인 청사진을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아주 기특한 책이다. 요점만 적당히 외워도 어디가서 젠체하기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간은 너무 유치하지. 이건 올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이자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내일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깊게 들여다 볼 몇몇 이론을 정해볼 생각이다. 즐겁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 아니 그전에 분명히 있었다. 그림이라든지 기타라든지 영화라든지. 어쩌면 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하고 정보를 탐색하던 날들도 공부의 일부였다. 하지만 그 때완 마음가짐이 제법 다르다. 그것들은 목적이라기보단 수단이었다.
상상 속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욕구. 그 욕구는 주체적인 것이 아니었다. 능숙해진 나를 상상하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만족감따위를 느끼는 허황된 욕망이었다. 상상 속 타인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그 의욕도 같이 소멸해버리는 얄팍한 동기가 자아내던 거짓 의욕의 행동. 빨리 그만둔 건 모두 이런 흐름이었다. 그나마 게임은 향상심이 뒷받침되었다. 물론 경쟁적인 성취와 그보다 더 큰 소속감이 따르는 행복이 또다른 원천이었지만 내가 좀 더 잘해졌다, 잘할 수 있다는 향상심이 그 의지를 가장 오랜 시간 지탱해온 대들보였다.

최근 시작된 나의 취미 - 종착지가 되길 염원하는 독서와 사색, 글쓰기와 일상으로의 체화 - 는 많은 면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나는 삶을, 나의 삶을 어떤 형태로든 바꾸고 싶을 뿐이다. 그 형태는 단순한 긍정이나 모범보다는 좀 더 복잡한 성질의 것이 되길 바란다. 그러니까 따분한 건 싫다. 현학적인 건 더더욱 싫다. 밥맛 떨어지는 인간이 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멋진 어른이란 내가 지금 현재 생각하는 부정적인 요소를 마냥 배척해서는 완성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만함의 잣대로 모든 것을 진단해오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결정된 건 없다. 반복 반복 반복의 시간이 필요하고 학습이 아닌 훈련이 필요하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 라고 했다. 아는 것이란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나의 앎은 그저 경험해 본 적 있다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을 설명할 수 있기는 커녕 파편화된 기억의 흔적들을 부여잡고 왜곡된 관점으로 재조립하려 애쓰던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적당히 있어보이나 텅 빈 문장 하나를 작성하고 나면 그걸로 만족하고야 마는 멍청한 인간.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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