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는 가난과 고독 속에서 수백점의 그림을 남겼다. 춥고 배고프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멸시를 받아도 꿋꿋이 그려나갔다. 물감과 캔버스를 살 돈이 없을 때면 유화 대신 데생을 하고 스케치에 집중했다. 그 저력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삶에 커다란 낙오감을 느낄 때, 당장의 경제적 보상을 확신할 수 없는 무언가에 미칠 듯이 몰두하는 그 감정은 이성과 거리가 멀다. 그는 수백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그리고 자신의 그림이 팔아 완전히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생애 고작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다. 그가 현명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붓 대신 농기구를 들었을 것이다. 그가 줄곧 그려 온 그의 모델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붓을 들었다. 그 탓에 그를 경제적으로 지원해 준 모든 이들 -특히 테오- 에게 심한 부채감에 시달렸다. 그가 헛된 욕망을 부렸다곤 생각 안한다. 그의 편지가 거짓 한 점 없이 대단히 진솔한 내면의 고백이라면, 그는 단번에 모든 것을 취하려는 한탕주의자들관 거리가 멀다. 그런 거짓된 욕망, 텅 빈 망상들로 머리 속을 가득 채워 현재보다 미래에 살고 있는 인간들과는 확실히 다른 부류였다. 그는 끊임없이, 집요하게 느껴질만큼 자신을 채찍질했고 스스로의 위치를 누구보다 엄격히 검토했다. 마치 불자처럼, 도사처럼, 수행자처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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